만주에서의 사선을 넘어
가와미쓰 게이세이 씨
생년：1933 년
출신지：미야코지마시
개척단으로서 만주로 이주
제 고향 미야코지마의 가리마타는 가난한 마을이라, 차남과 삼남은 밭을 거의 상속받지 못했어요. 남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짓거나, 타지에 나가 돈을 버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죠. 제가 3살 때 후쿠오카의 도바타(현재의 기타큐슈시)에 철공소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철공소에서 직공으로 일하셨답니다. 그리고 2~3년 뒤에 아버지는 가리마타로 돌아오셨어요.
초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전에 아버지가 만주 개척단에 참가하게 되었죠. 만주에서 밭을 나누어 준다고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기뻐하며 개척단에 참가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온 가족이 만주로 이주했답니다. 이주한 건 좋지만,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갑자기 추운 만주로 가게 된 거죠. 그 무렵의 교통수단은 마차였어요. 흔들리는 마차를 타고 이나미네고라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만, 거기 도착할 때까지가 너무 추워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세상에 이렇게 추운 곳이 다 있나 싶었죠. 만주로 이주해서 두세 달이 지났을 무렵, 겨울이 되자 땅이 얼어 버리더군요.
전쟁의 시작과 생활의 변화
그해 겨울 1941년 12월에 전쟁이 시작되고 일본군이 하와이를 공격했다고 하자, 그땐 군국주의였기 때문에 저도 일본이 꼭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부모님은 만주로 이주한 뒤, 가리마타에 살던 무렵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넓은 논밭을 받고 매우 기뻐했어요. 그때 우리는 어렸기 때문에 노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당시 가족은 저랑 누나와, 누나는 현재 야에야마에 있습니다만, 남동생이 있었어요. 그리고 여동생이 있었던 것 같군요. 만주에서 동생이 세 명 늘었죠. 넷째부터는 이나미네고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가리마타 출신이에요.
학교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호쿠신고라고 하는 미야코 출신 주민들의 마을이 있었답니다. 20채 정도 규모의 마을이었어요. 그 호쿠신고에서 잠시
생활했었죠. 아버지들은 그 주위의 밭을 받았고, 군에서 말도 제공해 준 데다가 호신용으로 권총도 한 자루씩 지급되었어요. 실탄도 한 달에 몇 발씩 제공되었고, 일본인으로서 상당히 유복하게 살았죠. 그때부터 차츰 상황이 나빠져서, 종전이 가까워지자 아버지들은 군대에 소집되었어요. 그와 동시에 지급되던 권총과 말도 모두 몰수당했죠. 그 당시의 말은 홋카이도산 말이었는데, 몸집이 아주 큰 말이었어요. 그것도 군대에 징발되었답니다. 그리고 더욱 상황이 악화되어 식량난이 찾아왔어요. 밭일을 하려 해도 아버지들은 군대에 끌려갔고, 남은 건 여자와 아이들뿐이었기 때문에 자기 먹을 몫을 확보하기조차 힘들었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족은 늘어났어요. 그 당시 우리는 6남매였는데, 종전된 해에 남동생이 죽었죠. 남동생이 죽기 전까지는 땅을 팔 수 있을 만한 날씨였는데, 더 어린 남동생이 죽었을 때는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땐 겨울이 되어 땅이 얼었기 때문에 매장용 구덩이를 파지 못했죠. 곡괭이를 써도 땅이 안 파졌어요.
그때는 발진티푸스가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걸린 사람은 다 죽었어요. 그나마 여름에 죽은 사람은 땅에 묻을 수라도 있었지만, 겨울에 죽은 사람은 땅이 얼어서 묻지도 못하고 대부분 들판에 버려졌답니다. 버려진 시체가 많이 쌓이면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종전 직후 만주의 중국 정부가 시체를 치웠어요. 마차로 시체를 운반했는데, 마치 장작이라도 싣는 것처럼 그냥 쌓아서 싣고 가더군요. 어머니는 그 광경을 보고, 저런 취급을 받으면 죽은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땅에 묻기 위해 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곡괭이를 가져왔고, 이걸로 매장할 구덩이를 파라고 하셨어요. 저는 꼬박 하루 걸려서 죽은 남동생을 매장했죠. 그때는 의용군이라고 불리던 군대에서 돌아온 청년들이 있었어요. 그들에게 매장용 구덩이를 파 달라고 부탁했죠. 저도 도왔어요.
그 시기에는 만주에 러시아군이 와 있었죠. 여자들은 러시아군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일부러 얼굴에 그을음을 바르고 머리는 빡빡 깎았답니다. 마을 주위에는 방어용 도랑이 있었어요. 무장 집단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장치였는데, 러시아군이 그 도랑으로 여자들을 데려가 강간하는 등 몹쓸 짓을 많이 했죠. 우리 11~12세 소년들의 역할은
그 여자들을 지키는 거였어요. 러시아군이 보이면 “러시아군이 왔다!” 라고 소리를 지른 후, 집으로 뛰어들어가서 장작을 솥에 넣고 일부러 연기를 냈답니다. 그리고 창문을 닫아 집 안에 연기가 자욱하게 만들었어요. 러시아군도 그 연기를 못 견디고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달아났죠. 어렸지만 그런 식으로 여자와 어린아이를 지켰어요. 어른이 그런 짓을 하면 총을 맞거나 위험할 수 있으니까, 러시아군도 어린아이를 해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여자들을 보호해 달라고 어른들에게 부탁을 받았죠. 한겨울을 만주에서 지낸다는 건 바로 그런 생활이었어요.
만주에서 철수
만주에서 본격적으로 철수하게 되어, 하얼빈을 목표로 도보로 이동했어요. 두 달 정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장 집단이 출몰하지 않는 시간에 걸어서 이동했죠. 밤에는 어두워서 주변이 잘 안 보이니까, 이동하는 동안에는 애들이나 갓난아기가 자주 울곤 했어요. 아기들은 사정을 모르니까요. 그럴 때면 개척단의 간부들은 아기를 죽이라고 부모에게 명령했어요. 울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아기를 죽이라고 한 겁니다. 아기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부모의 심경은 정말 참담했겠죠. 저는 실제로 죽이는 광경을 본 적은 없지만, 죽이라는 말이 나온 뒤에는 실제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강을 건너는 것도 싫어했죠. 거기서 또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부모는 그 아이를 내버려 두고 떠났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정은 정말로 지옥같았죠. 아이를 버리고 부모만 철수하거나, 중국인들에게 아이를 팔고 부모만 철수하거나, 그런 상황이었답니다. 우리 가족은 그런 사태에 빠지지는 않았어요. 집단 생활을 하며 겨울을 한 번 지내는 사이에 동생 4명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죠. 결국 어머니와 저, 누나까지 셋이서 철수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하얼빈에서의 생활
그때는 하얼빈에 일본인 초등학교가 있었어요. 하나조노 초등학교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거기에 수용되었어요. 그때 당시 저는 몸이 약했습니다만 빵집에 취직할 수 있어서 한 달 정도 일했는데, 제가 빵 조각을 주머니에 넣은 게 문제가 되었답니다. 왜냐하면 식빵 테두리 부분을 어머니한테 갖다 드리고 싶어서, 그래서 식빵 테두리 부분을 훔쳤어요. 그것 때문에 해고됐죠.
우리 어머니는 제가 발진티푸스에 걸렸을 때 제 치료를 위해 예금을 쓰고 소지품도 전부 팔아치워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병에 걸리셨어요. 그때는 의사도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대로 돌아가셨죠. 무덤도 없었고, 어머니의 시신을 어디에 매장할지 고민했는데, 수용소 내의 바위를 파내 만든 벙커가 있었어요. 수용소 내에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은 그 벙커로 운반됐고요. 벙커 안이 시신으로 꽉 차면 짐마차로 시신을 운반했어요. 그때는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었기 때문에 농가에서 사용하는 쇠스랑, 농업용 쇠스랑을 이용해서 짐마차에 시신을 실었죠. 저희 어머니 시신도 벙커에서 어디로 실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쇠스랑을 이용해서 운반하면 시신의 목이 떨어지거나 손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결국 시신은 그렇게 어디로 운반되었는지 알 수 없었죠.
하얼빈의 수용소에서 나올 때도 1차, 2차에 걸쳐서 나오게 됐어요. 누나와 둘이서 걸어서 이동하다 보니 점점 지쳐 갔죠. 기차는 차고가 높아서 우리 같은 아이들의 키로는 손이 닿지 않았어요. 그때 어떤 한국인이 우리를 들어올려서 기차에 태워 줬죠. 누나는 나중에도 그때 한국인에게 도움을 받은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그렇게 지붕이 없는 열차를 타고 갔는데,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되어서 그건 좋았지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옆을 봤더니 옆에 있던 어른이 힘없이 누워 있길래 저는 그 사람을 깨우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어 있더군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이번에는 아마 한국의 부산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배를 타게 됐어요.
배를 타고 일본으로 귀국
배를 탄 시점에 저는 이미 일본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었죠. 정말 마음이 놓이더군요. 배 안의 식사는 쌀밥이랑, 그리고 김이 나왔어요. 반찬은 김뿐이었지만 아주 맛있었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나가사키의 사세보라는 군항으로 향했죠. 사세보에 도착하자마자 선내에서 콜레라가 유행했어요. 콜레라 유행이 가라앉을 때까지 배는 일주일 정도 사세보 앞바다에 머물렀고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도 사세보에 기항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히로시마의 오타케로 배를 돌려 오타케에 상륙했어요. 일단 ‘DDT(살충제)’가 살포되었죠. 그걸 온몸에 뒤집어써서 온통 하얗게 됐어요. 오타케에서 하룻밤 묵고, 그리고 히로시마의 구레로 향했답니다. 오키나와행 배가 있다고 해서 구레로 가는 기차를 탔어요. 히로시마 시내를 지나니 다 잿더미더군요. 역이고 뭐고 없고 건물의 토대만 있을 뿐, 다 잿더미였어요. 구레 근처까지 왔더니 구레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배가 출항하지 않게 되어 버려서, 이번에는 나고야의 수용소로 갔죠. 나고야의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 터에 오키나와 출신자용 수용소가 있었어요. 거기서 한 달 정도 수용되었다가, 그 후 미야코지마로 돌아온 겁니다.
종전 직후의 미야코지마
그 무렵의 미야코지마는 여전히 식량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삼촌 집에서 1년쯤 살았죠. 당시 미야코지마에서는 미군 정부로부터 식량이나 의복이 배급되었어요. 배급 식량도 외지에서 귀환한 아이들이 우선이었죠. 인근에서 귀환한 사람들은 제외됐어요. 우리 두 남매는 만주에서 왔기 때문에 아마 삼촌 집에는 배급 물자가 많이 왔을 겁니다. 배급 물자에는 말린 달걀 노른자와 통조림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옷은 미국 아동복이었는데 일본 어린이에게는 큰 바지나 상의 등, 그런 것들이 무료로 배급되었죠. 그 당시에는 밀수선이 드나들었고 대만인들이 종종 밀수를 하곤 했어요. 대만인 배가 온다고 해서 저는 거기로 가 봤죠. 당시에 저는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으니까요. 대만인과 몇 마디 대화만 해도 중국어를 할 줄 아냐고 감탄하면서 통조림 같은 걸 얻었어요. 대만인에게 받은 물건을 삼촌께 드렸더니, 그런 재주도 있냐며 기뻐하셨죠.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열심히 살았어요.
취직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다
그 무렵 누나는 다케하라 치과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어요. 저도 누나를 통해 다케하라 치과에서 견습으로 일하기 시작했죠. 얼마 후 미야코 고등학교에 정시제로 다녀 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답니다. 그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해서 글을 읽지 못했어요. 그래도 미야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했죠. 그리고 글자를 배우기 위해 당시에 있던 책방을 이용했어요. 책방에서는 만화책 같은 것도 빌려 볼 수 있었고, 히라가나로 독음이 달린 책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거다 싶어서 책을 빌려 열심히 글자를 공부했죠. 그러고 나니 이번엔 사전을 볼 줄 몰랐어요. 왜 1획, 2획이라고 되어 있는지 사전 찾는 법을 전혀 몰랐죠. 사전 찾아 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겨우 사전 찾는 법을 배웠어요.
점점 의욕이 생겼고, 정시제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치과 기공 서적과 의학 서적을 읽다 보니 차츰 내용이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이해할 수 있게 되자 공부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특히 제가 목표로 했던 치과 기공사에 대해서는, 의사가 되려는 건 아니었지만 의학 서적을 읽을 때마다 깨달음을 얻곤 했죠. 나중에는 의학 서적의 영어가 이해되지 않더군요. 영어 부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선배한테 배우거나 스스로 공부한 끝에 겨우 알게 됐죠.
저는 미야코 고등학교 정시제 1기생입니다. 아직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마침 근무지인 다카하라 치과가 오키나와 본섬으로의 이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미야코 고등학교 정시제로 입학했었으니까요.
본섬으로 건너가 영어를 배우다
다카하라 치과가 오키나와시로 이전한 뒤로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오키나와 본섬에 오니 외국인이 많았거든요. 환자도 외국인이 많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외국인과 대화가 안될 것 같아서 영어를 배우러 갔어요. 영어 공부를 위해 나카구스쿠의 미군 시설에 갔죠. 어느 날은 비가 많이 오자, 미국인 아주머니가 우산을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엄브렐러(umbrella=우산)라는 영어는 압니다만, 가져가라는 영어를 몰라서 제가 가만히 서 있었더니 (우산을 가져가라는 몸짓을 하며)그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더군요. 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우산을 쓰고 돌아갔죠.
전쟁 직후를 되돌아보다
저만 특별히 고생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시절 아이들의 생활은 다 그랬을 겁니다. 만주에서 미야코지마로 돌아온 후에도 별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미야코지마로 돌아와 보니 글자를 거의 다 잊어버렸다는 겁니다. 가타가나, 히라가나, 한자까지 모두 잊어버려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쟁을 겪으며 공포심과 생활고가 인간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 새삼 실감했죠.
열심히 살 수 있었던 이유
지금까지 제가 열심히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남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좀 강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구한테 지고 싶지 않다. 그때 내 또래들은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했는데 나는 왜 그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못했을까? 그래, 지고 싶지 않다. 이 사람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 그것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죠.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현재의 청년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로는 제가 미야코지마에서 만주로 건너갔을 때, 그때가 9살 때부터 12살 무렵인데, 오키나와에 쭉 살았던 동창보다는 제가 훨씬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만주에서 설경을 보기도 했고, 그리고 늑대도 봤죠. 산에 가서 머루도 따먹고 여러가지 경험을 했어요. 오키나와에 살던 사람들보다 저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니 젊을 때 넓은 세상을 보고 풍요로운 인생을 사세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
가와미쓰 게이세이 씨는 치과기공사회 중부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1995년부터 오키나와현 치과기공사회 회장으로서 오키나와현의 치과 의료 및 기공사회에 공헌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 후생대신상을 수상했습니다.
개척단으로서 만주로 이주
제 고향 미야코지마의 가리마타는 가난한 마을이라, 차남과 삼남은 밭을 거의 상속받지 못했어요. 남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짓거나, 타지에 나가 돈을 버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죠. 제가 3살 때 후쿠오카의 도바타(현재의 기타큐슈시)에 철공소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철공소에서 직공으로 일하셨답니다. 그리고 2~3년 뒤에 아버지는 가리마타로 돌아오셨어요.
초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전에 아버지가 만주 개척단에 참가하게 되었죠. 만주에서 밭을 나누어 준다고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기뻐하며 개척단에 참가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온 가족이 만주로 이주했답니다. 이주한 건 좋지만,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갑자기 추운 만주로 가게 된 거죠. 그 무렵의 교통수단은 마차였어요. 흔들리는 마차를 타고 이나미네고라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만, 거기 도착할 때까지가 너무 추워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세상에 이렇게 추운 곳이 다 있나 싶었죠. 만주로 이주해서 두세 달이 지났을 무렵, 겨울이 되자 땅이 얼어 버리더군요.
전쟁의 시작과 생활의 변화
그해 겨울 1941년 12월에 전쟁이 시작되고 일본군이 하와이를 공격했다고 하자, 그땐 군국주의였기 때문에 저도 일본이 꼭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부모님은 만주로 이주한 뒤, 가리마타에 살던 무렵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넓은 논밭을 받고 매우 기뻐했어요. 그때 우리는 어렸기 때문에 노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당시 가족은 저랑 누나와, 누나는 현재 야에야마에 있습니다만, 남동생이 있었어요. 그리고 여동생이 있었던 것 같군요. 만주에서 동생이 세 명 늘었죠. 넷째부터는 이나미네고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가리마타 출신이에요.
학교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호쿠신고라고 하는 미야코 출신 주민들의 마을이 있었답니다. 20채 정도 규모의 마을이었어요. 그 호쿠신고에서 잠시
생활했었죠. 아버지들은 그 주위의 밭을 받았고, 군에서 말도 제공해 준 데다가 호신용으로 권총도 한 자루씩 지급되었어요. 실탄도 한 달에 몇 발씩 제공되었고, 일본인으로서 상당히 유복하게 살았죠. 그때부터 차츰 상황이 나빠져서, 종전이 가까워지자 아버지들은 군대에 소집되었어요. 그와 동시에 지급되던 권총과 말도 모두 몰수당했죠. 그 당시의 말은 홋카이도산 말이었는데, 몸집이 아주 큰 말이었어요. 그것도 군대에 징발되었답니다. 그리고 더욱 상황이 악화되어 식량난이 찾아왔어요. 밭일을 하려 해도 아버지들은 군대에 끌려갔고, 남은 건 여자와 아이들뿐이었기 때문에 자기 먹을 몫을 확보하기조차 힘들었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족은 늘어났어요. 그 당시 우리는 6남매였는데, 종전된 해에 남동생이 죽었죠. 남동생이 죽기 전까지는 땅을 팔 수 있을 만한 날씨였는데, 더 어린 남동생이 죽었을 때는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땐 겨울이 되어 땅이 얼었기 때문에 매장용 구덩이를 파지 못했죠. 곡괭이를 써도 땅이 안 파졌어요.
그때는 발진티푸스가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걸린 사람은 다 죽었어요. 그나마 여름에 죽은 사람은 땅에 묻을 수라도 있었지만, 겨울에 죽은 사람은 땅이 얼어서 묻지도 못하고 대부분 들판에 버려졌답니다. 버려진 시체가 많이 쌓이면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종전 직후 만주의 중국 정부가 시체를 치웠어요. 마차로 시체를 운반했는데, 마치 장작이라도 싣는 것처럼 그냥 쌓아서 싣고 가더군요. 어머니는 그 광경을 보고, 저런 취급을 받으면 죽은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땅에 묻기 위해 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곡괭이를 가져왔고, 이걸로 매장할 구덩이를 파라고 하셨어요. 저는 꼬박 하루 걸려서 죽은 남동생을 매장했죠. 그때는 의용군이라고 불리던 군대에서 돌아온 청년들이 있었어요. 그들에게 매장용 구덩이를 파 달라고 부탁했죠. 저도 도왔어요.
그 시기에는 만주에 러시아군이 와 있었죠. 여자들은 러시아군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일부러 얼굴에 그을음을 바르고 머리는 빡빡 깎았답니다. 마을 주위에는 방어용 도랑이 있었어요. 무장 집단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장치였는데, 러시아군이 그 도랑으로 여자들을 데려가 강간하는 등 몹쓸 짓을 많이 했죠. 우리 11~12세 소년들의 역할은
그 여자들을 지키는 거였어요. 러시아군이 보이면 “러시아군이 왔다!” 라고 소리를 지른 후, 집으로 뛰어들어가서 장작을 솥에 넣고 일부러 연기를 냈답니다. 그리고 창문을 닫아 집 안에 연기가 자욱하게 만들었어요. 러시아군도 그 연기를 못 견디고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달아났죠. 어렸지만 그런 식으로 여자와 어린아이를 지켰어요. 어른이 그런 짓을 하면 총을 맞거나 위험할 수 있으니까, 러시아군도 어린아이를 해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여자들을 보호해 달라고 어른들에게 부탁을 받았죠. 한겨울을 만주에서 지낸다는 건 바로 그런 생활이었어요.
만주에서 철수
만주에서 본격적으로 철수하게 되어, 하얼빈을 목표로 도보로 이동했어요. 두 달 정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장 집단이 출몰하지 않는 시간에 걸어서 이동했죠. 밤에는 어두워서 주변이 잘 안 보이니까, 이동하는 동안에는 애들이나 갓난아기가 자주 울곤 했어요. 아기들은 사정을 모르니까요. 그럴 때면 개척단의 간부들은 아기를 죽이라고 부모에게 명령했어요. 울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아기를 죽이라고 한 겁니다. 아기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부모의 심경은 정말 참담했겠죠. 저는 실제로 죽이는 광경을 본 적은 없지만, 죽이라는 말이 나온 뒤에는 실제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강을 건너는 것도 싫어했죠. 거기서 또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부모는 그 아이를 내버려 두고 떠났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정은 정말로 지옥같았죠. 아이를 버리고 부모만 철수하거나, 중국인들에게 아이를 팔고 부모만 철수하거나, 그런 상황이었답니다. 우리 가족은 그런 사태에 빠지지는 않았어요. 집단 생활을 하며 겨울을 한 번 지내는 사이에 동생 4명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죠. 결국 어머니와 저, 누나까지 셋이서 철수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하얼빈에서의 생활
그때는 하얼빈에 일본인 초등학교가 있었어요. 하나조노 초등학교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거기에 수용되었어요. 그때 당시 저는 몸이 약했습니다만 빵집에 취직할 수 있어서 한 달 정도 일했는데, 제가 빵 조각을 주머니에 넣은 게 문제가 되었답니다. 왜냐하면 식빵 테두리 부분을 어머니한테 갖다 드리고 싶어서, 그래서 식빵 테두리 부분을 훔쳤어요. 그것 때문에 해고됐죠.
우리 어머니는 제가 발진티푸스에 걸렸을 때 제 치료를 위해 예금을 쓰고 소지품도 전부 팔아치워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병에 걸리셨어요. 그때는 의사도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대로 돌아가셨죠. 무덤도 없었고, 어머니의 시신을 어디에 매장할지 고민했는데, 수용소 내의 바위를 파내 만든 벙커가 있었어요. 수용소 내에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은 그 벙커로 운반됐고요. 벙커 안이 시신으로 꽉 차면 짐마차로 시신을 운반했어요. 그때는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었기 때문에 농가에서 사용하는 쇠스랑, 농업용 쇠스랑을 이용해서 짐마차에 시신을 실었죠. 저희 어머니 시신도 벙커에서 어디로 실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쇠스랑을 이용해서 운반하면 시신의 목이 떨어지거나 손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결국 시신은 그렇게 어디로 운반되었는지 알 수 없었죠.
하얼빈의 수용소에서 나올 때도 1차, 2차에 걸쳐서 나오게 됐어요. 누나와 둘이서 걸어서 이동하다 보니 점점 지쳐 갔죠. 기차는 차고가 높아서 우리 같은 아이들의 키로는 손이 닿지 않았어요. 그때 어떤 한국인이 우리를 들어올려서 기차에 태워 줬죠. 누나는 나중에도 그때 한국인에게 도움을 받은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그렇게 지붕이 없는 열차를 타고 갔는데,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되어서 그건 좋았지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옆을 봤더니 옆에 있던 어른이 힘없이 누워 있길래 저는 그 사람을 깨우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어 있더군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이번에는 아마 한국의 부산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배를 타게 됐어요.
배를 타고 일본으로 귀국
배를 탄 시점에 저는 이미 일본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었죠. 정말 마음이 놓이더군요. 배 안의 식사는 쌀밥이랑, 그리고 김이 나왔어요. 반찬은 김뿐이었지만 아주 맛있었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나가사키의 사세보라는 군항으로 향했죠. 사세보에 도착하자마자 선내에서 콜레라가 유행했어요. 콜레라 유행이 가라앉을 때까지 배는 일주일 정도 사세보 앞바다에 머물렀고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도 사세보에 기항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히로시마의 오타케로 배를 돌려 오타케에 상륙했어요. 일단 ‘DDT(살충제)’가 살포되었죠. 그걸 온몸에 뒤집어써서 온통 하얗게 됐어요. 오타케에서 하룻밤 묵고, 그리고 히로시마의 구레로 향했답니다. 오키나와행 배가 있다고 해서 구레로 가는 기차를 탔어요. 히로시마 시내를 지나니 다 잿더미더군요. 역이고 뭐고 없고 건물의 토대만 있을 뿐, 다 잿더미였어요. 구레 근처까지 왔더니 구레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배가 출항하지 않게 되어 버려서, 이번에는 나고야의 수용소로 갔죠. 나고야의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 터에 오키나와 출신자용 수용소가 있었어요. 거기서 한 달 정도 수용되었다가, 그 후 미야코지마로 돌아온 겁니다.
종전 직후의 미야코지마
그 무렵의 미야코지마는 여전히 식량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삼촌 집에서 1년쯤 살았죠. 당시 미야코지마에서는 미군 정부로부터 식량이나 의복이 배급되었어요. 배급 식량도 외지에서 귀환한 아이들이 우선이었죠. 인근에서 귀환한 사람들은 제외됐어요. 우리 두 남매는 만주에서 왔기 때문에 아마 삼촌 집에는 배급 물자가 많이 왔을 겁니다. 배급 물자에는 말린 달걀 노른자와 통조림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옷은 미국 아동복이었는데 일본 어린이에게는 큰 바지나 상의 등, 그런 것들이 무료로 배급되었죠. 그 당시에는 밀수선이 드나들었고 대만인들이 종종 밀수를 하곤 했어요. 대만인 배가 온다고 해서 저는 거기로 가 봤죠. 당시에 저는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으니까요. 대만인과 몇 마디 대화만 해도 중국어를 할 줄 아냐고 감탄하면서 통조림 같은 걸 얻었어요. 대만인에게 받은 물건을 삼촌께 드렸더니, 그런 재주도 있냐며 기뻐하셨죠.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열심히 살았어요.
취직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다
그 무렵 누나는 다케하라 치과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어요. 저도 누나를 통해 다케하라 치과에서 견습으로 일하기 시작했죠. 얼마 후 미야코 고등학교에 정시제로 다녀 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답니다. 그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해서 글을 읽지 못했어요. 그래도 미야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했죠. 그리고 글자를 배우기 위해 당시에 있던 책방을 이용했어요. 책방에서는 만화책 같은 것도 빌려 볼 수 있었고, 히라가나로 독음이 달린 책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거다 싶어서 책을 빌려 열심히 글자를 공부했죠. 그러고 나니 이번엔 사전을 볼 줄 몰랐어요. 왜 1획, 2획이라고 되어 있는지 사전 찾는 법을 전혀 몰랐죠. 사전 찾아 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겨우 사전 찾는 법을 배웠어요.
점점 의욕이 생겼고, 정시제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치과 기공 서적과 의학 서적을 읽다 보니 차츰 내용이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이해할 수 있게 되자 공부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특히 제가 목표로 했던 치과 기공사에 대해서는, 의사가 되려는 건 아니었지만 의학 서적을 읽을 때마다 깨달음을 얻곤 했죠. 나중에는 의학 서적의 영어가 이해되지 않더군요. 영어 부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선배한테 배우거나 스스로 공부한 끝에 겨우 알게 됐죠.
저는 미야코 고등학교 정시제 1기생입니다. 아직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마침 근무지인 다카하라 치과가 오키나와 본섬으로의 이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미야코 고등학교 정시제로 입학했었으니까요.
본섬으로 건너가 영어를 배우다
다카하라 치과가 오키나와시로 이전한 뒤로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오키나와 본섬에 오니 외국인이 많았거든요. 환자도 외국인이 많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외국인과 대화가 안될 것 같아서 영어를 배우러 갔어요. 영어 공부를 위해 나카구스쿠의 미군 시설에 갔죠. 어느 날은 비가 많이 오자, 미국인 아주머니가 우산을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엄브렐러(umbrella=우산)라는 영어는 압니다만, 가져가라는 영어를 몰라서 제가 가만히 서 있었더니 (우산을 가져가라는 몸짓을 하며)그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더군요. 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우산을 쓰고 돌아갔죠.
전쟁 직후를 되돌아보다
저만 특별히 고생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시절 아이들의 생활은 다 그랬을 겁니다. 만주에서 미야코지마로 돌아온 후에도 별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미야코지마로 돌아와 보니 글자를 거의 다 잊어버렸다는 겁니다. 가타가나, 히라가나, 한자까지 모두 잊어버려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쟁을 겪으며 공포심과 생활고가 인간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 새삼 실감했죠.
열심히 살 수 있었던 이유
지금까지 제가 열심히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남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좀 강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구한테 지고 싶지 않다. 그때 내 또래들은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했는데 나는 왜 그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못했을까? 그래, 지고 싶지 않다. 이 사람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 그것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죠.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현재의 청년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로는 제가 미야코지마에서 만주로 건너갔을 때, 그때가 9살 때부터 12살 무렵인데, 오키나와에 쭉 살았던 동창보다는 제가 훨씬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만주에서 설경을 보기도 했고, 그리고 늑대도 봤죠. 산에 가서 머루도 따먹고 여러가지 경험을 했어요. 오키나와에 살던 사람들보다 저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니 젊을 때 넓은 세상을 보고 풍요로운 인생을 사세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
가와미쓰 게이세이 씨는 치과기공사회 중부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1995년부터 오키나와현 치과기공사회 회장으로서 오키나와현의 치과 의료 및 기공사회에 공헌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 후생대신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