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지마, 상처투성이의 섬
시마부쿠로 세이토쿠 씨
생년：1937 년
출신지：이에촌
전쟁이 격화되기 전의 이에지마
오키나와 전투 때 저는 국민학교 1학년, 당시 일곱 살이었어요. 입학한 후 책상에 앉아 공부한 기억은 별로 없군요. 대부분 방공호 대피 훈련이나 군인들의 군사 훈련 견학, 약간의 작업과 응원 등 그런 기억밖에 없어요.
그해 1944년의 10월에 ‘오키나와 대공습’이 있었죠. 개전 직전에 오키나와 본섬에서 ‘이에지마 비행장 건설 응원대’로서 군인들이 징집되고 말과 마차까지 모여들었어요. 인근의 나키진촌과 모토부정에서는 마차와 말을 전부 끌어모았죠. 본섬 중남부에서도 응원대가 왔고요. 우리 집에도 나키진에서 온 응원대 사람이 살게 되었어요. 그 후 (우리가 나키진으로) 대피할 때는 그분 집에 신세를 졌죠.
나키진촌으로 피난
그리고 ‘오키나와 대공습’ 후, 군의 명령에 따라 (이에지마의) 동해안, 지금의 해변 근처에서 밤중에 일본군 상륙용 주정으로 바다를 건너 모토부의 하마사키까지 갔어요. 모토부에서 나키진까지 걸어서 새벽 6시 무렵에 도착했죠. 한숨도 못 잤어요. 저는 7살이라 짐을 메고 걸을 수 있었지만, 남동생은 당시 두 살이었어요. 따뜻한 물을 담은 작은 물통을 목에 걸고 어른들과 함께 계속 걸었죠. 중간에 울기 시작하면 30분 쉬고 다시 걸었어요. 우리는 다른 가족보다 이동이 늦었지만, 부모님은 동생을 업어 줄 여유도 없었어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짐을 잔뜩 들고 있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전쟁 전에 오른팔 팔꿈치 아래를 잃었어요. 아버지는 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섬에 남지 않고 대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죠.
피난처는 나키진의 요나미네였어요. 그곳에는 며칠간 있었을 뿐 오래 머무르진 않았죠. 아침 일찍 일어나 고가 산으로 피신했다가 일몰 후에 요나미네로 돌아왔어요. 매일 그걸 반복했지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난처의 저택 안에 큰 벵골보리수 나무가 있었거든요. 그 나무 위에 올라가 이에지마 방향을 보면, 이에지마가 매일 새빨갛게 불타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어린아이였지만 우리 집도 불타고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웃집도 불탔고, 몇 집이나 남아 있을까 하고 섬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죠.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포로가 되어 나고의 수용소로
포로가 된 날은, 오늘은 아무 소식도 없으니 집에 있어도 된다는 지시를 받고 산으로 피신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낮 12시 무렵에 미군이 상륙했으니 산이 아니라 해안으로 즉시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당황한 피난민들은 모두 해안으로 도망쳤어요. 우리는 해안 위의 소철림 속으로 숨었죠. 거기서 모두 미군의 포로가 되었고 나고의 오우라자키 수용소로 끌려갔어요. 오우라자키에 1~2개월 정도 임시로 거주했죠. 그 후 이에지마 주민들은 구시촌(현재의 나고시 구시)에 미군이 준비한 시설에 수용되었고, 약 2년 동안의 수용 생활이 계속되었어요. 당시 2,000~3,000명이 수용되어 있었죠.
이에지마 주민의 수용처
그리고 섬에 남았다가 포로가 된 이에지마의 주민 약 2,000명은 게라마 제도에 수용되었어요. 게라마 제도에 수용된 섬 주민들은 몇 달 뒤 구시촌의 수용소로 합류하는 주민과 모토부정으로 합류하는 주민으로 나누어졌고요. 2년간 수용되어 있는 동안 행정도 시작되어 구시에 이에촌 관공서가 창설되었죠. 수용 중에는 화재도 일어났어요. 제가 살던 곳도 불타 버려서 옷만 입은 채로 도망쳤죠. 어쨌든 수용 생활은 참 힘들었어요.
식량난에 대해
(수용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건)역시 식량 부족이었죠. 구시의 밭에서 조금이라도 고구마를 캐려고 하면 바로 붙잡혔어요. 감시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거든요. 밭에 들어가서 고구마 잎을 따지도 못했죠. 논두렁길을 걷기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어요. 그래서 길가에 나 있는 들풀 중에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뜯어먹었어요. 미군에게 지급받는 전투 식량 한 상자를 3일에 걸쳐 먹곤 했죠. 어머니와 남동생은 영양실조로 죽기 직전이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개구리를 잡으러 갔지만 40, 50마리를 잡아도 한 끼 분도 되지 않았어요. 허벅지 등 먹을 수 있는 부분 외에는 다 버려지니까, (개구리만으로는)식량으로는 크게 보탬이 안 됐어요.
어떤 할머니가(가르쳐 줬는데) 집에 사는 쥐를 사투리로 ‘야보’라고 하는데, 야보를 잡아서 먹이라고 가르쳐 주더군요. ‘야보’는 장작 밑이나 풀숲 같은 데 있었기 때문에 맨손으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야보는) 몸집도 컸죠. 마대가 절반쯤 찰 만큼 야보를 잡아오면 (가르쳐 준)할머니가 요리를 해 줬어요. 할머니께도 나누어 드리고 맛있게 먹었죠. 그렇게 해서 간신히 살아남았어요.
이에지마로의 귀환과 부흥
(1947년 3월) 2년 만에 이에지마로 돌아가게 되어 주민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죠. 그리고 이에지마로 돌아가는 배에 타서 큰 꿈을 가슴에 품고 돌아왔는데, 섬에 상륙해서 한 걸음 들어가 보니 눈 앞에는 살던 시절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집 한 채, 나무 한 채조차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저 시야에 들어오는 건 미군의 군용 차량이었죠. 석회암이 깔린 광장에 미군 차량이 지나다니는 모습, 그것만 눈에 띄었기 때문에 어딘가의 미군 기지 안에 온 듯한, 내가 살던 섬이 아니라는 착각마저 들었어요.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실어증에 걸렸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자주 들었죠. 제가 살던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어요.
현재의 이에 초등학교 동쪽에 미군이 준비해 둔 조립식 막사와 텐트가 있었어요. 거기서 다시 마을 주민들의 공동생활이 시작되었죠. 공동생활은 1년 가까이 지속되었어요. 그래서 우리 집을 찾아 봤는데, 건물은 한 채도 남아 있지 않더군요. 돼지우리 하나조차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일단 돌아오자마자 판잣집을 지었죠. 판잣집을 짓기 위해 저택의 정비부터 시작했어요. (집이)붙타기만 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우리 집은 탱크가 짓밟아 버렸더군요. 기와 같은 건 몇 개 남아 있었는데, (기와 등을)치우던 중에 (집터에서)나온 건 두개골 등 백골화된 시신, 그리고 반시뱀이었죠. 당시 사람들은 반시뱀 같은 건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반시뱀을)죽이려고도 하지 않았고 하루라도, 일 분이라도 빨리 정리를 하고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시들거나 타다 남은 벵골보리수나 후쿠기 등의 나무를 넘어트려서 판잣집을 지었어요.
(이에지마의 전몰자는)수천 명이나 됩니다. 이렇게 작은 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그리고 전후에는 식량난이 심했으니까, 밭을 찾으면 고구마 잎이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었어요. 이 밑에 큰 고구마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나무막대기 등으로 파 보면 사람의 머리나 뼈 같은 게 나왔어요. 전사자의 시신을 양분으로 삼아 고구마 잎이 무성히 자란 거죠. 그래서 드럼통 열 개를 늘어놓고 유골을 안에 넣은 뒤, 수골장에서 가까운 곳은 직접 (유골을) 가져갔고 (수골장에서)먼 곳은 당시에는 차도 마차도 없었으니까, (유골을) 그대로 두고 나중에 관공서 사람이 찾으러 갔어요. (모든 주민이 이에지마로)돌아오기 몇 달 전에, 백 명 가량의 청년들을 모아 섬 안의 정리를 위해 선발대로 파견했죠. 그들이 했던 작업은 유골을 수습하는 것뿐이었고 그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미군 폭탄 처리선 LCT 폭발 사고
제가 11살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었죠. 아버지랑 같이 모토부로 갔다가 배로 돌아왔어요. (모토부에) 하루 묵을 예정이었는데 당일치기로 돌아오게 되어서 도시락도 안 먹고 배고픈 채로 배에 올라탔죠. (이에지마에 도착해)바로 도시락을 먹으려고 했는데, 폭탄을 실은 미군 차량이 몇 대나 지나다니고 있어 (부두에는)모래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거기서 먹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목도 말랐기 때문에 도시락을 다시 싸서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집의 부엌에 들어가 국자로 물을 막 마시려던 순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주변이 깜깜해졌어요. 잠시 후 다시 밝아진 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아우성 소리가 들리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그 와중에 저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집에 도착했더니 집에 있던 어머니가 (저를 보고)깜짝 놀라더군요. 왜 오늘 돌아왔냐고 저한테 묻길래 사정을 설명했죠. 또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냐고 제게 물었습니다만,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실제로 아버지의 안부는 몰랐으니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국자를 꽉 움켜쥐고 있더군요. 공포에 질린 나머지 국자를 놓을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는 국자에서 제 손가락을 풀어 주면서 어디서 물을 먹었냐고 물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나 봐요. 제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연락선에 탄 승객은 모두 죽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에요. 연락선은 돌아왔고 아들은 무사하지만 남편은 없었으니까, 남편이 완전히 죽은 줄 알고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죠. 그리고 아버지를 찾으러 모두 함께 항구로 돌아갔어요.
그때의 광경은 정말(뭐라고 해야 할지). 평소에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던 백사장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어요. LCT(상륙용 주정)와 폭탄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서 정말로 패닉 상태였죠.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습니다. 인간의 시체라는 건 확인할 수 있지만, 누구의 시체인지는 전혀 분간할 수 없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전쟁 전에 오른손을 잃었어요. 친척들 대여섯 명 중에 큰고모가 있었는데, 큰고모가 시체들을 들여다보다가 오른손 없는 시체를 확인하고 이 (시체의)오른손 부분은 원래부터 없던 것 같으니까 “내 동생이랑 똑같다. 이건 동생이 틀림없다”라고 큰고모가 말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정말로 죽은 줄 알고 모든 친척들이 통곡을 했죠.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실감이 안 나서 그저 멍하니 꼼짝 않고 서 있었어요. 잠시 후 뒤쪽에서 “세이토쿠, 살았구나”라는 고함 소리가 들리길래 누군가 하고 돌아봤더니 바로 아버지였어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있었지 뭡니까. 드라마 같은 생과 사의 역전극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친척 중에서는 아버지의 사촌이 죽었죠. 같은 날에 같은 배를 타고 있었거든요. (폭발 사고) 다음날은 더욱 끔찍한 상황이었어요. 아직 시체가 (많이)있고 바다에서도 시체가 인양되었는데, 누구의 시체인지 신원조차 알 수 없었어요. 청년단과 소방단이 일제히 동원되어서 시신 수색과 뒷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아직 가족이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돌아왔어야 할 가족의 이름을 부르거나 오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폭발사고 다음날까지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이어졌죠.
이에지마의 고난의 역사
어쨌든 (이에지마 주민들은)전쟁으로 상처를 입고 수용 생활의 고통과 난민 생활을 견뎌냈어요. 몸과 마음의 피로를 치유할 여유도 전혀 없이, 심신이 지친 상황 속에서 더더욱 자기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 폐허 속에서 일어나 어떻게든 열심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던 중에 이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미군 폭탄 처리선 LCT 폭발 사고 말입니다. 노력하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꿈과 미소를 조금씩 되찾아가던 중에, 그러던 차에 이 사고를 당해 크게 한 방 얻어맞은 셈이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특히 사고 유족이나 주민들 중에는 살아갈 방법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도 많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이었죠. 그래도 살아야만 했어요. 매일의 생활을 어떻게든 꾸려 나가기 위해, 살기 위해서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일어섰어요.
그리고 그 사고 후 5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무렵, 1953년 마자 마을의 퇴거 명령, (마자 마을의)퇴거에 대해 아하곤 쇼코 씨를 중심으로 한 ‘토지를 지키는 모임’ 구성원들이 오키나와를 종단하며 (미군의 토지 징발에 저항하기 위해)걸식 행진을 실시했죠. 그리고 그 후에 단식 투쟁도 실시했지만, 아무리 반대 운동을 해도 (미군에 의해) 강제로 퇴거당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1~2년 후에는 미군의 사격 훈련이 시작되었고, 마자와 니시자키 마을은 미군의 훈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에지마의 전쟁 전, 후는 상처투성이의 역사입니다. 섬 주민들은 말 그대로 고난의 역사를 걸어왔죠. 이에촌의 기지 문제를 빼놓고는 전쟁 후 이에지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LCT 폭발 사고’를 빼놓고는 이에지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수용소 문제를 빼놓고는 이에지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모두 생지옥을 보고 온 섬 주민들의 체험이니까요. 그러니 섬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이런 마음을 앞으로의 젊은 세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이에지마의 진실을 역사로서 정확하게 전달하고, 또한 이 낙도라는 불리한 입지 조건의 섬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노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시마부쿠로 세이토쿠 씨는 이에촌의 관공서에 취직했고, 1989년부터 2005년까지 16년간 촌장직을 맡는 등 오랜 세월 동안 이에촌의 행정 업무에 종사했습니다.
전쟁이 격화되기 전의 이에지마
오키나와 전투 때 저는 국민학교 1학년, 당시 일곱 살이었어요. 입학한 후 책상에 앉아 공부한 기억은 별로 없군요. 대부분 방공호 대피 훈련이나 군인들의 군사 훈련 견학, 약간의 작업과 응원 등 그런 기억밖에 없어요.
그해 1944년의 10월에 ‘오키나와 대공습’이 있었죠. 개전 직전에 오키나와 본섬에서 ‘이에지마 비행장 건설 응원대’로서 군인들이 징집되고 말과 마차까지 모여들었어요. 인근의 나키진촌과 모토부정에서는 마차와 말을 전부 끌어모았죠. 본섬 중남부에서도 응원대가 왔고요. 우리 집에도 나키진에서 온 응원대 사람이 살게 되었어요. 그 후 (우리가 나키진으로) 대피할 때는 그분 집에 신세를 졌죠.
나키진촌으로 피난
그리고 ‘오키나와 대공습’ 후, 군의 명령에 따라 (이에지마의) 동해안, 지금의 해변 근처에서 밤중에 일본군 상륙용 주정으로 바다를 건너 모토부의 하마사키까지 갔어요. 모토부에서 나키진까지 걸어서 새벽 6시 무렵에 도착했죠. 한숨도 못 잤어요. 저는 7살이라 짐을 메고 걸을 수 있었지만, 남동생은 당시 두 살이었어요. 따뜻한 물을 담은 작은 물통을 목에 걸고 어른들과 함께 계속 걸었죠. 중간에 울기 시작하면 30분 쉬고 다시 걸었어요. 우리는 다른 가족보다 이동이 늦었지만, 부모님은 동생을 업어 줄 여유도 없었어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짐을 잔뜩 들고 있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전쟁 전에 오른팔 팔꿈치 아래를 잃었어요. 아버지는 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섬에 남지 않고 대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죠.
피난처는 나키진의 요나미네였어요. 그곳에는 며칠간 있었을 뿐 오래 머무르진 않았죠. 아침 일찍 일어나 고가 산으로 피신했다가 일몰 후에 요나미네로 돌아왔어요. 매일 그걸 반복했지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난처의 저택 안에 큰 벵골보리수 나무가 있었거든요. 그 나무 위에 올라가 이에지마 방향을 보면, 이에지마가 매일 새빨갛게 불타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어린아이였지만 우리 집도 불타고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웃집도 불탔고, 몇 집이나 남아 있을까 하고 섬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죠.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포로가 되어 나고의 수용소로
포로가 된 날은, 오늘은 아무 소식도 없으니 집에 있어도 된다는 지시를 받고 산으로 피신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낮 12시 무렵에 미군이 상륙했으니 산이 아니라 해안으로 즉시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당황한 피난민들은 모두 해안으로 도망쳤어요. 우리는 해안 위의 소철림 속으로 숨었죠. 거기서 모두 미군의 포로가 되었고 나고의 오우라자키 수용소로 끌려갔어요. 오우라자키에 1~2개월 정도 임시로 거주했죠. 그 후 이에지마 주민들은 구시촌(현재의 나고시 구시)에 미군이 준비한 시설에 수용되었고, 약 2년 동안의 수용 생활이 계속되었어요. 당시 2,000~3,000명이 수용되어 있었죠.
이에지마 주민의 수용처
그리고 섬에 남았다가 포로가 된 이에지마의 주민 약 2,000명은 게라마 제도에 수용되었어요. 게라마 제도에 수용된 섬 주민들은 몇 달 뒤 구시촌의 수용소로 합류하는 주민과 모토부정으로 합류하는 주민으로 나누어졌고요. 2년간 수용되어 있는 동안 행정도 시작되어 구시에 이에촌 관공서가 창설되었죠. 수용 중에는 화재도 일어났어요. 제가 살던 곳도 불타 버려서 옷만 입은 채로 도망쳤죠. 어쨌든 수용 생활은 참 힘들었어요.
식량난에 대해
(수용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건)역시 식량 부족이었죠. 구시의 밭에서 조금이라도 고구마를 캐려고 하면 바로 붙잡혔어요. 감시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거든요. 밭에 들어가서 고구마 잎을 따지도 못했죠. 논두렁길을 걷기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어요. 그래서 길가에 나 있는 들풀 중에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뜯어먹었어요. 미군에게 지급받는 전투 식량 한 상자를 3일에 걸쳐 먹곤 했죠. 어머니와 남동생은 영양실조로 죽기 직전이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개구리를 잡으러 갔지만 40, 50마리를 잡아도 한 끼 분도 되지 않았어요. 허벅지 등 먹을 수 있는 부분 외에는 다 버려지니까, (개구리만으로는)식량으로는 크게 보탬이 안 됐어요.
어떤 할머니가(가르쳐 줬는데) 집에 사는 쥐를 사투리로 ‘야보’라고 하는데, 야보를 잡아서 먹이라고 가르쳐 주더군요. ‘야보’는 장작 밑이나 풀숲 같은 데 있었기 때문에 맨손으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야보는) 몸집도 컸죠. 마대가 절반쯤 찰 만큼 야보를 잡아오면 (가르쳐 준)할머니가 요리를 해 줬어요. 할머니께도 나누어 드리고 맛있게 먹었죠. 그렇게 해서 간신히 살아남았어요.
이에지마로의 귀환과 부흥
(1947년 3월) 2년 만에 이에지마로 돌아가게 되어 주민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죠. 그리고 이에지마로 돌아가는 배에 타서 큰 꿈을 가슴에 품고 돌아왔는데, 섬에 상륙해서 한 걸음 들어가 보니 눈 앞에는 살던 시절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집 한 채, 나무 한 채조차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저 시야에 들어오는 건 미군의 군용 차량이었죠. 석회암이 깔린 광장에 미군 차량이 지나다니는 모습, 그것만 눈에 띄었기 때문에 어딘가의 미군 기지 안에 온 듯한, 내가 살던 섬이 아니라는 착각마저 들었어요.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실어증에 걸렸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자주 들었죠. 제가 살던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어요.
현재의 이에 초등학교 동쪽에 미군이 준비해 둔 조립식 막사와 텐트가 있었어요. 거기서 다시 마을 주민들의 공동생활이 시작되었죠. 공동생활은 1년 가까이 지속되었어요. 그래서 우리 집을 찾아 봤는데, 건물은 한 채도 남아 있지 않더군요. 돼지우리 하나조차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일단 돌아오자마자 판잣집을 지었죠. 판잣집을 짓기 위해 저택의 정비부터 시작했어요. (집이)붙타기만 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우리 집은 탱크가 짓밟아 버렸더군요. 기와 같은 건 몇 개 남아 있었는데, (기와 등을)치우던 중에 (집터에서)나온 건 두개골 등 백골화된 시신, 그리고 반시뱀이었죠. 당시 사람들은 반시뱀 같은 건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반시뱀을)죽이려고도 하지 않았고 하루라도, 일 분이라도 빨리 정리를 하고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시들거나 타다 남은 벵골보리수나 후쿠기 등의 나무를 넘어트려서 판잣집을 지었어요.
(이에지마의 전몰자는)수천 명이나 됩니다. 이렇게 작은 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그리고 전후에는 식량난이 심했으니까, 밭을 찾으면 고구마 잎이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었어요. 이 밑에 큰 고구마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나무막대기 등으로 파 보면 사람의 머리나 뼈 같은 게 나왔어요. 전사자의 시신을 양분으로 삼아 고구마 잎이 무성히 자란 거죠. 그래서 드럼통 열 개를 늘어놓고 유골을 안에 넣은 뒤, 수골장에서 가까운 곳은 직접 (유골을) 가져갔고 (수골장에서)먼 곳은 당시에는 차도 마차도 없었으니까, (유골을) 그대로 두고 나중에 관공서 사람이 찾으러 갔어요. (모든 주민이 이에지마로)돌아오기 몇 달 전에, 백 명 가량의 청년들을 모아 섬 안의 정리를 위해 선발대로 파견했죠. 그들이 했던 작업은 유골을 수습하는 것뿐이었고 그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미군 폭탄 처리선 LCT 폭발 사고
제가 11살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었죠. 아버지랑 같이 모토부로 갔다가 배로 돌아왔어요. (모토부에) 하루 묵을 예정이었는데 당일치기로 돌아오게 되어서 도시락도 안 먹고 배고픈 채로 배에 올라탔죠. (이에지마에 도착해)바로 도시락을 먹으려고 했는데, 폭탄을 실은 미군 차량이 몇 대나 지나다니고 있어 (부두에는)모래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거기서 먹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목도 말랐기 때문에 도시락을 다시 싸서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집의 부엌에 들어가 국자로 물을 막 마시려던 순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주변이 깜깜해졌어요. 잠시 후 다시 밝아진 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아우성 소리가 들리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그 와중에 저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집에 도착했더니 집에 있던 어머니가 (저를 보고)깜짝 놀라더군요. 왜 오늘 돌아왔냐고 저한테 묻길래 사정을 설명했죠. 또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냐고 제게 물었습니다만,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실제로 아버지의 안부는 몰랐으니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국자를 꽉 움켜쥐고 있더군요. 공포에 질린 나머지 국자를 놓을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는 국자에서 제 손가락을 풀어 주면서 어디서 물을 먹었냐고 물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나 봐요. 제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연락선에 탄 승객은 모두 죽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에요. 연락선은 돌아왔고 아들은 무사하지만 남편은 없었으니까, 남편이 완전히 죽은 줄 알고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죠. 그리고 아버지를 찾으러 모두 함께 항구로 돌아갔어요.
그때의 광경은 정말(뭐라고 해야 할지). 평소에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던 백사장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어요. LCT(상륙용 주정)와 폭탄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서 정말로 패닉 상태였죠.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습니다. 인간의 시체라는 건 확인할 수 있지만, 누구의 시체인지는 전혀 분간할 수 없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전쟁 전에 오른손을 잃었어요. 친척들 대여섯 명 중에 큰고모가 있었는데, 큰고모가 시체들을 들여다보다가 오른손 없는 시체를 확인하고 이 (시체의)오른손 부분은 원래부터 없던 것 같으니까 “내 동생이랑 똑같다. 이건 동생이 틀림없다”라고 큰고모가 말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정말로 죽은 줄 알고 모든 친척들이 통곡을 했죠.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실감이 안 나서 그저 멍하니 꼼짝 않고 서 있었어요. 잠시 후 뒤쪽에서 “세이토쿠, 살았구나”라는 고함 소리가 들리길래 누군가 하고 돌아봤더니 바로 아버지였어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있었지 뭡니까. 드라마 같은 생과 사의 역전극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친척 중에서는 아버지의 사촌이 죽었죠. 같은 날에 같은 배를 타고 있었거든요. (폭발 사고) 다음날은 더욱 끔찍한 상황이었어요. 아직 시체가 (많이)있고 바다에서도 시체가 인양되었는데, 누구의 시체인지 신원조차 알 수 없었어요. 청년단과 소방단이 일제히 동원되어서 시신 수색과 뒷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아직 가족이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돌아왔어야 할 가족의 이름을 부르거나 오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폭발사고 다음날까지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이어졌죠.
이에지마의 고난의 역사
어쨌든 (이에지마 주민들은)전쟁으로 상처를 입고 수용 생활의 고통과 난민 생활을 견뎌냈어요. 몸과 마음의 피로를 치유할 여유도 전혀 없이, 심신이 지친 상황 속에서 더더욱 자기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 폐허 속에서 일어나 어떻게든 열심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던 중에 이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미군 폭탄 처리선 LCT 폭발 사고 말입니다. 노력하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꿈과 미소를 조금씩 되찾아가던 중에, 그러던 차에 이 사고를 당해 크게 한 방 얻어맞은 셈이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특히 사고 유족이나 주민들 중에는 살아갈 방법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도 많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이었죠. 그래도 살아야만 했어요. 매일의 생활을 어떻게든 꾸려 나가기 위해, 살기 위해서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일어섰어요.
그리고 그 사고 후 5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무렵, 1953년 마자 마을의 퇴거 명령, (마자 마을의)퇴거에 대해 아하곤 쇼코 씨를 중심으로 한 ‘토지를 지키는 모임’ 구성원들이 오키나와를 종단하며 (미군의 토지 징발에 저항하기 위해)걸식 행진을 실시했죠. 그리고 그 후에 단식 투쟁도 실시했지만, 아무리 반대 운동을 해도 (미군에 의해) 강제로 퇴거당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1~2년 후에는 미군의 사격 훈련이 시작되었고, 마자와 니시자키 마을은 미군의 훈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에지마의 전쟁 전, 후는 상처투성이의 역사입니다. 섬 주민들은 말 그대로 고난의 역사를 걸어왔죠. 이에촌의 기지 문제를 빼놓고는 전쟁 후 이에지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LCT 폭발 사고’를 빼놓고는 이에지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수용소 문제를 빼놓고는 이에지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모두 생지옥을 보고 온 섬 주민들의 체험이니까요. 그러니 섬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이런 마음을 앞으로의 젊은 세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이에지마의 진실을 역사로서 정확하게 전달하고, 또한 이 낙도라는 불리한 입지 조건의 섬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노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시마부쿠로 세이토쿠 씨는 이에촌의 관공서에 취직했고, 1989년부터 2005년까지 16년간 촌장직을 맡는 등 오랜 세월 동안 이에촌의 행정 업무에 종사했습니다.